Posted on 2025. 10. 23.


‘전세의 월세화’ 가속화, 월세 주거비 부담 덜어주고 주택공급 늘려야

박근종(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)

정부가 서울시 25개 구 전역과 한강 이남의 경기도 12곳 등 총 37곳을 10월 16일부터 조정대상지역·투기과열지구·토지거래허가구역 등 ‘삼중 규제 지역’으로 묶어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아파트를 사지 못하게 하는 ‘10·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’ 시행 이후 서울·수도권 부동산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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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실상의 ‘거래통제’에 부동산시장이 질식할 것이라는 우려가 비등한 가운데 주택 전·월세시장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. 전세사기 여파가 지속되는 데다 전세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화 등이 포함된 ‘10·15 부동산 대책’이 시행되면서 수도권에서 전세 매물이 줄고 월세가 증가하는 ‘전세의 월세화’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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세입자 입장에선 전세보다 월세 부담이 훨씬 더 큰 만큼 정부는 세입자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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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난 10월 19일 케이비(KB)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‘6·27 대출 규제’가 본격 시행된 6월에 0.33% 급등한 데 이어, 9월에는 0.39%로 상승 폭이 확대됐다. 월세 역시 6월 0.29%, 9월에는 0.33% 상승하며 서울 내 임대차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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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난 6월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‘6·27 대출 규제’ 시행 이후 소유권 이전 전 전세대출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서울 지역 전세 매물이 크게 줄고 있다. 특히 ‘갭(Gap│전세를 낀 주택 구입) 투자’를 통한 전세 공급이 위축되면서 시장 내 전세 물량이 감소했고, 이에 따라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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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뿐만 아니라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 통계를 봐도 KB부동산 통계와 같은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올해 1월 0.0%, 2월 0.07% 등 안정세를 보였으나 대출 규제가 시행된 6월 0.33%로 뛰어오른 뒤 9월에는 0.39%로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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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울 아파트 월세가격 역시 지난 1~5월에는 월간 0.10~0.21% 수준으로 안정세를 보이다가 6월 0.29%를 기록하더니 9월에는 0.33% 올라 월간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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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 폭에 견줘 유사한 흐름이지만, 최근 아파트 시장에서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반대로 월세매물은 증가하면서 ‘전세난’ 우려감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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게다가 전세 사기의 공포가 부동산시장을 덮친 이후 시장이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. ‘전세의 월세화’에 탄력이 붙었다. ‘위험한 전세를 사느니 차라리 월세가 낫다’라는 인식이 퍼지면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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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부가 ‘10·15 부동산 대책’을 통해 전세대출 조이기에 나선 점도 월세화를 더 빠르게 하는 데 불을 붙인 것이다.

지난 10월 9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 계약 21만 7,191건 중 월세 계약은 14만 3,836건으로 전체의 66%를 차지했다. 다시 말해 세 건 중 두 건이 월세 계약이라는 의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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월세 비중은 1월 59.34%, 2월 63.16%, 3월 59.47%, 4월 59.98% 등으로 50% 후반대에 머물다 5월 63.22%, 6월 63.43%, 7월 64.1%, 8월 66.23% 등 하반기 들어서는 60%대를 유지하고 있다. 전·월세 전환율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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KB부동산이 조사한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전환율은 4.26%로, 지난해 말부터 11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. 최근 3개월간의 흐름을 보면 7월 4.23%, 8월 4.25%, 9월 4.26%로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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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렇듯 전·월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. 올 1~8월 기준 전국 주택 월세 비중은 62.2%를 차지했다. 2021년 41%에서 2022년 50%대를 넘어선 뒤 3년 만에 60%를 넘긴 것이다. 서울의 경우 그 비중이 64%까지 높아졌다. 이런 추세는 정부의 ‘10·15 부동산 대책’ 이후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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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6·27 대출 규제’ 시행으로 소유권 이전부(移轉附) 전세자금 대출이 금지된 데 이어, ‘10·15 부동산 대책’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지정된 서울 전역 및 경기도 12개 지역에선 주택 매입 시 2년 실거주 의무화가 시행되기 때문이다. 9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연초 대비 20% 이상 줄었다고 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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문제는 세입자들이 월세로 내몰리면서 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. KB부동산이 집계한 올해 9월 아파트 월세가격지수(기준 2022년 1월=100)는 서울이 129.7, 수도권은 130.1을 나타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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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는 3년 9개월 사이에 서울이 29.7%, 수도권은 30.1% 상승했다는 얘기다. 최근 1년 사이 월세가격 상승률도 서울이 10.8%, 수도권은 9.4%나 된다. 여론 주도층들은 서울 인기 지역 아파트값 급등 현상에 주로 주목하는데 세입자들은 그런 관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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전세대출은 그동안 정부의 보증 지원이 확대되고 주택 구매자들의 ‘갭투자’에 잘못 활용되면서 전세가격뿐만 아니라 매매가격까지 밀어 올리는 부작용을 초래했다. 그런 만큼 정부의 전세대출 지원은 줄여나갈 필요는 분명히 있어야 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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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제도인 전세제도 자체도 주거 사다리 역할이라는 전통적인 장점보다는 갭투자·전세 사기 등의 단점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만큼 차츰 월세로 전환해 가는 게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. 따라서 월세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고 서둘러 주택공급 늘려야만 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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전세는 월세와 비교해서 저렴한 거주방식이고, 정부도 전세를 주거복지 제도로 사실상 인식하고 지원해 왔다. 그 결과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과정에서 전세는 무이자 ‘레버리지(Leverage│지렛대)’로 활용되었고, 전세대출은 이를 뒷받침하면서 집값을 상승시켰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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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러한 전세 레버리지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액 전세대출은 제한하고 장기적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전세 레버리지를 대신할 대안적 주택담보대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. 단기적으로는 월세 보조금이나 월세 소득공제 등을 통해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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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엇보다도 재정 여건이 허용되는 수준에서 공공임대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한편, ‘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’처럼 민간과 공공이 협력하는 제3 섹터(Sector) 방식의 임대사업자를 육성해 서민층의 주거 안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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안타까운 것은 부동산 대책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의 불협화음이 감지되고 있다. 정부·여당은 조만간 ‘10·15 부동산 대책’의 후속 조치로 세부적인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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초강력 규제에 따른 공급 위축 우려를 불식하려는 조치다. 정책은 신뢰가 중요한데, 이 상태로는 시장 안정은커녕 국민 불안만 가중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. 정부는 공공청사 등 유휴 용지를 활용해 주택공급을 늘리고, 재건축 관련 제도 완화를 통해 정비사업도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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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용적률 등 ‘인센티브(Incentive)’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. 문제는 정부와 서울시가 주택공급을 둘러싸고 큰 정책 목표는 같지만 접근 방식에서 서로 어긋나는 모양새를 보인다. 정부는 투기 수요 억제와 시장 안정을 우선시하는 반면,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신속한 공급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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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부와 서울시의 정책 엇박자는 결국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. 정책 불신과 시장 혼란이 커지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그만큼 멀어져 가게 된다. 정부는 세부 공급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와 실무 협의 채널을 가동하고, 중복 규제나 행정 마찰을 최소화해 정책 공조의 ‘시너지(Synergy)’를 극대화해야 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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